트레킹 영역 확장 계기를 만들어준 첫 해외 원정트레킹.
3년 여 전까지
산은 그저 남의 일로만 여기며
살았었는데,
어느덧 해외원정까지 가게 되는
지경에 이르렀고,
영역확장까지 이룬걸 보면
내 기질도 한 번 빠지면
몰입하게 된다는 것을 다시 느낀 기회였다.
석 달 전 즈음
서너장의 사진을 보고
그 사진에 반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손가락이
사고를 치고 말았던 순간이 있었다.
사고 치고 난 이후
벌어질 일들에 대해 부담을 느끼며
손가락을 자르고 싶은 생각을 하면서
집나갈 준비를 했었다.
게다가
나를 제외한 9인이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라
그들과 3박 4일간의 트레킹을
잘 할 수 있을지가 큰 걱정이었다.
낯가림을 하는 나로서는
적잖은 용기가 필요했고, 용기를 내 보기로 결심했다.
용기는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커지법이니까.
그렇게 또 하나의 용기 쿠폰을 사용해 떠났던
해외원정 트레킹
<오제 국립공원> 이야기를 소소하게 풀어보려고 한다.
총 10인이 움직였다.
여행사를 통한것이 아닌,
그 중 1인이 올 봄 사전답사 하여,
렌트카며 숙박이며 트레킹 경로 등을
직접 확인하며
알차게 계획했던 노선을 따라 걷고 자고 먹고 즐겼다.
첫날은
오제 국립공원까지
이동하는 데에 시간을 소비했고,
2일차부터 본격적인 트레킹을 시작했다.
오제국립공원 주차장에 파킹하고,
셔틀버스(7인승~10인승 정도)를 이용해
꼬불꼬불한 길을 따라
2~30분 정도 위로위로 올라갔다.
산 정상까지 올라가나...싶을 정도로.
실제로 오제국립공원은
해발 1600m 정도의 정상 부근에
자리하고 있는 넓~은 습지이다.
기온은 우리나라와 비슷하여 기온차이로 인한 불편함은 없었다.
입구를 통과하여
두근거리는 심장을 안심시키며
발걸음이 바삐 움직였다.
오제 트레킹 구간에는 중간중간
산장과 매점과 화장실이 있어
물을 구입할수 있고 용변을 볼 수 있다.
다만 물값은 다소 비싸고,
화장실을 이용할땐 100엔을 지불해야한다.
물은 구입해 보질 않아 정확한 가격은 모름.
드.디.어
시작되는 목도길을 목전에 뒀다.
모두들 매점에서 커피 마시고 있는 사이,
나는 어떤 길이 펼쳐질까...
두근두근 거린 심정으로
먼저 새로운 세상이 펼쳐질것 같은 길로 들어가봤다.
순간..
우와~ 라는 단어와 함께
내 몸이 정지 된 느낌을 받았다.
잡초들이 모이면
이렇게 아름다울수도 있구나...싶은.
황금색 습지와 하늘 사이에 내가 서있고,
그 주변을 산이 병풍처럼
둘러치고 있고
그 사이에서 내 시간, 인생이 흐르고 있었다.
마치 나는 나인데
내가 아닌것 같은 또 다른 내가 존재하는것 같은.
내 몸은 공명장치가 되어
풍경과 들려오는 소리를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고
촘촘하게 스캔하고 스캔하여
내 영혼속으로 증폭시켜 밀어 넣었다.
바람이 흐르는 소리,
풀나무들끼리 바람에 맡기며
사각사각 부딪히는 소리,
빈틈없이 빼곡하게 배열된 잡초며,
뒤늦게 피어 노화되어 가는 야생화며,
듬성듬성 서있는 나무며...
그 어느것 하나 이쁘지 않은 것이 없었다.
그곳은
마치 잡초와 야생화를 위한
세상처럼 보였다.
세상의 모든 잡초를 모두 그곳으로 보내고 싶을 정도로.
눈 앞에 펼쳐진 세상은
내 피부에 누어 있는 잔털들이
일제히 일어날 정도로 각성된
경이로움 그 자체여서
내 머릿속 시스템은 샷다운 되어
최고의 단어를 추출해 올 스위치가 작동 정지된 그런 기분.
그래서
"우와~ 이럴수가, 미쳤어'
세개의 번지수 단어만 추출해 와서 무한 반복시켰다.
마치 내 머리속에는 이 세 단어만 존재하는 양.
평소
'자연스럽다' 라는 단어를 버릇처럼
사용하곤 했었는데,
그 곳은 그야말로 自然 이었고,
저절로 이루어지는 상태가 최고의 상태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자연은 이렇게 자연스러움으로 사람을 매료 시키는구나..." 싶은 생각이 절로 들었다.
오제의 습지길을 걷는 동안은 그 어떤 생각도 들지 않았다.
아니 들을수가 없었다.
그러한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풍경속에 있으면서
복잡한 생각을 가진다는게 더 이상할 정도였다.
단순하고 행복한 기분 상태에서
걸었던 거리가 23km정도였다.
그 정도 걸었으면
상당히 많이 걸은 거리인데 피곤하지 않았다.
산장에서의 하룻밤은 또 어떻고.
겉에서 보기에는 허름해 보여도
내부에 들어서면
정갈하고 깔끔한 숙소가 마음을 편하게 해줬다.
제공해 준 식사 또한 신선한 재료로
만든 정갈한 요리가
기분 좋게 해줬고
무엇하나 불만을 가질수가 없었던 곳이었다.
간밤에 세찬비가 내렸는지 빗소리에
잠을 설쳤다는
사람들이 여럿이었는데
나는 비가 온지도 모르고
편안한 잠자리 덕분에 숙면을 취했다.
오제를 나올땐,
간밤에 내린 비로 더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해 줬다.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누가 나에게 선사해 줄수 있을지..."를
수없이 생각하고 생각할 정도로.
마지막날은
화산이 폭발했다던 시라네산으로 이동했다.
정상에 올라
경이로운 전경에 놀라고
정상에서
야생 블루베리를 따 먹기도 했고,
다시,
일본 지도를 중심으로
중간지역의 일본 육지 끝
이누보사키토다이 등대가 있는 곳으로
이동하여 회정식으로 늦은 점심을 먹은 후 등대를
잠시 구경하고
북태평양이 보이는 바닷가에서
밀려오는 세찬 파도를 마주 하는 것을
끝으로 시골길를 지나
나리타 공항으로 이동하여
밤 10시 30분경 드디어 인천공항에
발을 내 딛는 것으로 해외원정 첫 트레킹을 마무리했다.
내 인생 50 중반줄에서
산을 누비며
아름다운 자연풍경을 보며
살아가는 지금이 화양연화처럼 느껴진다.
"풍경은 사람의 마음을 새롭게 태어나게 해준다."
는 것은 확실하다.
덧)
맛있는 것을 먹을땐 가족이 생각나고,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 가족과 등여친 친구들이 생각난다.
친구들과 이 길을 걸었다면
어떤 이야기를 나누며 걸었을지...
모르는 사람들과 여행한다는 것은
많은 아쉬움으로 남더라고.
아름다운 풍경을
같이 보고 걸으면서 느꼈던
감정을 두고두고
함께 나눌수가 없음이.
그리고
여러 밤을 지내야 하는 일정엔
10인이 움직이는 것은
모든 것이 불편했다.
하여서 4~6인이 적당할 거란 생각도 했고.
다녀온후 소감을 틈나는대로
조금씩 작성했는데,
오늘에서야 마무리 되어
리얼한 감정 전달이 안되어 다소 아쉽기는 하지만,
아름다운 풍경을 공유하고 싶어 뒤늦은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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